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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보물 해안도로와 오대산을 두루 즐기는 여행

작성자: 강원네이처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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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보물 해안도로와 오대산을 두루 즐기는 여행 - 강원네이처로드 6코스 바다 드라이브길 (8월 여행기)


출발과 동시에 짙푸른 바다와 기기묘묘한 바위가 두 눈 가득 맺힌다. 차 창 너머로 잠시 시선을 건네는 것만으로 가슴 속에 묵은 때 마냥 들어앉았던 걱정과 고민이 단번에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토록 황홀한 바다, 강원네이처로드 6코스는 누구나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동해 바다에서 막을 올린다. 삼척을 시작으로 새천년 해안도로와 헌화로 등 강원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해안도로를 달리고 오대산의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넘어 평창에서 마무리되는 134km 길이의 구간이다. 바다와 산, 숲과 들을 공평하게 모두 갖추고 있어 동행이 있더라도 취향 차이로 의견이 갈릴 일은 결코 없다. 더욱이 전체를 잘게 쪼개어 보면 그 안에 인상적인 관광지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강원네이처로드의 핵심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연료를 가득 채운 차 한 대와 길 위의 모든 풍경을 즐기고자 하는 여유로운 마음만 있다면 누구라도 최소 몇 달은 써먹을 수 있는 여행 무용담을 쌓을 수 있는 구간이다. 6구간을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선 크게 4등분 하여 둘러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삼척 새천년해안도로부터 강릉 헌화로까지 (약 34㎞)

구간 시점인 삼척항에서 북쪽을 향해 달리면 바로 새천년해안도로가 등장한다. 삼척항과 삼척해변을 잇는 이 도로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2000년에 탄생했다. 채 5㎞가 안 되는 짧은 해안도로지만 동해바다의 매력을 압축해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파도와 바람이 다듬은 해안절벽이 푸른 바다가 몸을 부대끼는 가운데 해송과 기암이 그 틈을 메운다. 이 완벽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풍광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워 시작부터 끝판왕이 등장한 듯한 모양새다. 도로 중간, 3만여 명의 소망을 새긴 소망의 탑 근처에 주차 공간이 있고 그 앞에 걷기 길(이사부길)도 조성되어 있으니 잠시 차를 멈추고 여유를 즐겨도 좋다. 시작부터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새천년 해안도로를 통과하면 곧이어 동해시에 들어서게 된다. 동해시 초입에서 여행자를 기다리는 건 추암해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이자 애국가 영상에도 등장하는 귀하신 몸, 촛대바위를 품은 해변이다. 예부터 영동지방의 절경으로 꼽혔던 촛대바위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치 정교하다. 촛대와 꼭 닮은 형상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예술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추암해변은 작은 여행테마파크와도 같아 촛대바위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준비해놓았다. 불과 2년 전(2019년)에 개장한 국내 유일의 바다 위 출렁다리, 추암 출렁다리와 고려시대의 정자인 해암정, 추암조각공원 등이 한데 모여 있다. 바로 근처엔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게를 즐길 수 있는 동해러시아대게마을과 동해시의 명물 물회를 판매하는 식당이 즐비하니 메뉴 고민은 부질없다. 



추암해변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엔 묵호항이 있다. 묵호항 자체도, 항구에서 묵호등대 언덕까지 이어진 벽화마을 ‘논골담길’도 동해시 관광의 자랑이지만 바로 올해 5월, 그사이에 재미있는 전망 포인트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59m 높이의 해안 스카이워크로 시원스런 전망을 선사한다. 자전거를 탄 채 즐기는 짚라인 격인 스카이바이크와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해안 산책도 함께 조성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라면 그냥 지나치긴 힘들다. 



강릉 헌화로에서 안목해변까지 (약 26㎞)

동해시의 해안선을 따라 여정을 이어가면 자연스레 강릉에 스며든다. 강릉 서핑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는 옥계해변을 지나 강태공들의 성지 금진항에 닿는 순간 다시 한번 그림 같은 해안도로가 위풍당당 등판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헌화로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대한민국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다. 조수석에서 창밖으로 손을 내밀면 바다가 거의 닿을락 말락 한다. 바다 반대편엔 숲으로 덮인 절벽이 서 있어 더욱 극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군사지역으로 통제되던 지역이 1998년 개방되면서 바다를 따라 도로가 생겨났다.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들에겐 축복의 시작이었다. 심곡항까지 과하게 구불구불한 커브길을 계속 지나야 하지만 스트레스 따윈 전혀 없다. 오른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바다 위 무릉도원이다. 




헌화로 끄트머리엔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천연기념물 437호 해안 단구에 조성된 약 3㎞ 길이의 자연 탐방로다. 이후로도 강릉의 유명한 포토스폿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일출 명소 정동진에선 모래시계공원과 썬크루즈리조트가 관광객을 쌍끌이한다. 차만 운전하는 것이 살짝 지루하다면 정동진레일바이크로 잠시 환승을 해도 좋다. 멀지 않은 하슬라아트월드는 지금까지 다소 부족했던 예술의 향기를 가득 채워주는 곳이다. 강릉의 옛 이름 하슬라를 사용하는 이 복합 문화 공간 안에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한 전시실은 물론 예술정원과 호텔까지 들어서 있다. 설사 예술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건물 꼭대기에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이견이 없을 환상적인 조망의 하늘 전망대가 있으니 방문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강릉 안목해변에서 평창 진고개까지 (약 40㎞)

안목해변은 강릉의 터줏대감이었던 경포해변을 단숨에 밀어내고 지역에서 가장 핫한 해변으로 떠올랐다. 그런 만큼 언제나 북적이는 지역이라 차로 통과하기가 여간 어려운 곳이 아니다. 주차를 위한 눈치싸움도 전쟁에 가까운 곳이니 스스로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건너뛰어도 좋다. 안목해변이 여행자로 넘실거리는 건 다 커피 덕이다. 오래전부터 커피의 명소로 꼽히던 이 일대에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커피 명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커피의 문화를 ‘믹스’에서 ‘핸드드립’으로 점차 진화시켰다. 현재는 안목해변 앞에 늘어선 건물의 점포 대다수가 카페다. 그렇게 안목커피거리가 탄생했다. 아마 바닷가에 횟집보다 카페가 몇 곱절 많은 지역은 안목해변이 유일할 것이다. 교통체증과 주차경쟁을 이겨내고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쉬어가든지 그냥 지나치든지 모 아니면 도다.




다행히 그 다음의 강릉송정해변은 한결 여유롭다. 700여 미터의 백사장을 따라 조성된 소나무 군락이 압권이다. 눈대중으로 봐도 수천 그루는 되어 보이는 소나무의 향연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차에서 내리게 만든다. 빽빽한 키다리 소나무 사이로 푸른빛을 발하는 바다를 흘끗거리며 산책하지 않는 건 죄악에 가깝지 않겠는가! 숲을 휘젓는 바람의 소리와 솔향까지 더해져 시각뿐 아니라 청각과 후각까지 즐거운 곳이다. 단, 송정해변 도로엔 전동 스쿠터와 (대여용) 전기 자전거가 많이 지나다니는 관계로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송정해변을 벗어나면 강릉 시내권이다. 상습적인 정체 구간이자 6구간 통틀어 가장 혼잡한 지역이니 느긋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자. 경포호와 경포대 주변의 도로는 도심 한가운데임에도 경관이 빼어나 드라이브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곳이다. 연곡해변까지 다다랐다면 동해 바다와는 잠시 안녕이다. 이제 오대산을 넘을 때가 왔다. 평창 방향으로 방향을 틀기 직전, 전설의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의 혼이 담긴 카페 ‘보헤미안박이추커피’가 있다. 커피의 맛과 향도 일품이거니와 로스팅 공장을 직접 마주할 수 있으니 커피의 고장 강릉 여행의 마무리를 맡기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곳이다. 평창에 진입하면 진고개로를 따라 고도를 점점 높이게 된다.





평창 진고개에서 평창IC까지 (약 34㎞)

사실상 강원네이처로드 6구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포인트는 오대산 자락의 진고개다. 대동여지도에도 등장하는 이 고갯길은 비가 오면 땅이 질어져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진고개를 지날 땐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누가 고개 아니랄까 봐 끊임없는 급경사와 급커브가 급멀미를 유발하는 곳이니 비까지 내리면 거의 재해 수준. 운전 베테랑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난코스니 진고개정상휴게소까지 최대한 안전히 도달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둘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휴게소에서 드론을 날려 확인한 진고개의 부감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진고개는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참고로 운전자에겐 난코스이지만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에겐 순례지와 같은 곳이라 휴게소에선 모터사이클 굉음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진고개에서 내려오면 월정사 부근에 볼거리가 종합 선물 세트처럼 쏟아진다. 국보 48호에 빛나는 8각 9층 석탑을 감싸 안은 월정사와 그 바로 앞의 전나무 숲길은 여행자에게 넉넉한 힐링의 순간을 선사한다. 산사답게 인근엔 산채정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어느 곳의 문을 두드리든지 한 상 가득 산나물 잔치가 펼쳐지니 맛집 검색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할 이유는 없다. 자동차 연료보다 신속하게 채울 것이 내 뱃속 연료일 테니. 월정사 초입엔 왕조실록의궤박물관도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오대산 사고본을 중심으로 전시해 놓았다.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탈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그 아픔은 박물관 인근의 한국자생식물원에서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다. 얼마 전 국가로 기증되면서 국립으로 격상된 식물원엔 백리향이나 물싸리 등 한국특산식물을 250여 종 보전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야생화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꽤 많은 방문객이 식물원 한쪽에 전시된 작품 ‘영원한 속죄’를 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일본의 전 총리로 보이는 듯한 인물이 평화의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이 조각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보자마자 가슴이 뜨거워지는 명작이다. 마지막으로 보너스처럼 주어지는 평창 켄싱턴 호텔의 유럽식 정원을 거닐어 보자. 프랑스로 순간 이동한 듯 갑작스레 나타나는 아름다운 미로정원과 드넓은 녹지는 지난 여정을 차근차근 곱씹으며 관광도로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곳이다. 이제 구간 종점 평창IC를 향해 내달릴 일만 남았다. 



강원네이처로드 6코스 주행 시 알아두면 좋은 것들!

-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에 코스의 시점과 종점을 출발-도착지로 입력하면 고속도로 등 최단 코스가 안내되기 때문에 코스 안의 굵직한 여행지 여러 곳을 경유지로 포함해 안내받아야 한다.

- 해안도로 대부분은 정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아무리 멋진 풍광이 나타나도 사고 위험 구간인 커브길 초입이나 비상시 이용하는 갓길에 주정차하는 것은 금물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해안 공원이나 항구 등에 주차할 곳이 있다.

- 해안드라이브 코스는 날씨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해가 쨍한 날의 바다와 흐린 날의 바다 빛깔은 천지 차이다. 될 수 있으면 예보를 보고 맑은 날 운전대를 잡는 것을 권한다.

- 새천년해안도로의 ‘소망의 탑’ 주변은 2021년 9월 현재 공사 중이니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

- 소개된 여행지는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예고 없이 임시 휴무 및 예약 방문으로 전환될 수 있다. 방문 전에 반드시 개장 여부를 확인하길 바란다. 

- 연곡해변에서 진고개, 월정사에서 평창IC까지 이동하는 동안 작은 마을을 많이 지난다. 대부분 신호등이 없으나 어르신들이 저속이동수단이나 도보로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가 많으니 ‘노인보호구역’ 표지판이 보이면 속도를 줄이고 안전 운행한다.

- 6코스를 역순으로 시작해서 진고개를 내려가게 된다면 저속 기어로 변환해 브레이크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




글, 사진 태원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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